얼굴 속까지는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다네-1
1988년 판, 김은주 옮김


아무도 모른다네
자네가 얼마나 궁지에 몰려 있는가를.
주위 사람들은 각자
스스로의 걱정거리에 매달려서
들어 줄 여가가 없다네.
자네의 하소연을
상태가 어떤가를 설사
누가 물어본다 해도
자네는 아마 대답할 수 없을 걸세.

자네는 씁쓰레 웃음 지으며
묶어둔 괴로움 보따리를 걸머지겠지.
너무 무거워서 등이 휘고
비틀린 미소조차
지을 수 없겠지.
의지할 지팡이가 필요할 정도겠지.

때때로 자넬 눈여겨보는 사람이 있으면
자넨 기대하겠지
그의 위안과 조력을.
그는 곧 눈길을 돌리며
다른 사람들과 같이
자넬 스쳐 지나가겠지.
그렇다고 자네가 세상을 한탄해서는 안 된다네.
사람들과 마주치고 이야기할 때
자네는 입가에 미소를 띠어야 한다네.
얼굴 속까지는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으니까.

아무도 모른다네
자네가 얼마나 궁지에 빠져 있는지를.
다행하게도 자네 자신마저도 알지 못한다네.


-내가 얼마나 궁지에 빠져 있는지 나 마저도 모르는 상태라면,
지금 내가 그렇다면,
그럼 내 자신은 도대체 얼마나 엄청난 궁지에 빠져 있는걸까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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